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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_tangerine)

 움나무와 엘린나무에 소복히 함박눈이 내려앉는 계절, 저기 트라이아에선 알록달록한 전구로 거리를

꾸미고 집집마다 겨우살이 리스를 문앞에 내거는 시기. 크리스마스! 빅토리아 아일랜드 전체가 흥겨움에

들뜨는 축제 시기다.

 

 그리고 트라이아만큼은 아니지만 엘리니아 역시 축제를 준비하는 설렘이 겨울 공기에 섞여 흘러온다.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 위자드와 케이틀린은 두 교사가 엘리넬에서 여는 파티에 초대 받았다. 정확히는

하급생 아이들까지 함께하는 파티이고 우등생에 상급생인 두 사람은 선생님들을 돕는 것을 겸하는 것이지만. 차가운 칼바람을 뚫고 침엽수 사이로 바삐 걸음을 옮기는 가을 시나몬 빛 소녀의 발걸음엔 추위에 아랑곳 않는 부푼 기대가 걸음걸음 묻어난다. 두 곱슬머리 소녀는 끊임없이 투닥이며(잘 보면 일방적이지만) 눈밭을 해쳐나갔다.

 

 

 

 지금 위자드의 기분을 표현하자면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겠다. 온 세상이 축제 분위기로 들떠있다. 오늘

우리가 향하는 마법학교 엘리넬 역시 환상적이게도 공부가 아닌 파티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축제 하면

무엇인가. 먹을 것이다! 벽난로가 타닥 타닥 소리를 내며 오크토마기 장작을 태우는 가운데 연말을 장식하는 풍족한 크리스마스의 만찬. 기왕 분위기 잡는 겸 케이틀린이 좋아하는 멋진 은촛대에 불을 피워 놓고 박하향 지팡이 막대 사탕을 곳곳에 걸어 두는 것도 보기 괜찮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식탁 위의 것들이지. 위자드는 군침을 삼키며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곁에 있는 케이틀린에게 쉬지 않고 펼쳐낸다.

 

 

 

 "...너는 머릿속에 먹는 생각밖엔 없는 거니? 참, 그런 당연한 걸 물어보다니. 나도 참 바보같지."

 

 

 

 "하지만 엘리넬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파티인걸! 아노스 선생님이 맛있는 것을 많이 차려놓을테니 오늘은 절대 늦지 말라고 하셨단 말이야!"

 

 

 

 "이런 먹는 것 밖에 모르는 바보랑 아노스 선생님과 함께 할 파티를 한다니... 어떤 파티가 될 지 눈에 선히 보이네."

 

 

 

 "그치! 나도 엄청 기대돼!"

 

 

 

 케이틀린이 한숨을 내쉬던 말던 위자드는 풍성한 만찬을 머릿속에 마저 그리며 행복한 미소를 만면에 피워낸다. 고작 먹을 궁리에 저렇게 바보같은 미소를 짓다니. 저렇게 단순한 녀석이 트라이아의 영웅이란게 신기하단 말이지. 웃는 얼굴에 도저히 침 뱉지 못하는 케이틀린은 단순하고 바보같은 동급생을 이끌고 엘리넬 익스프레스로 향한다.

 

 

 

 깡깡 얼어붙은 연못을 지나 학교의 정문을 열자 마법같은 온기가 두 소녀를 감싸안는다. 강의실엔 칠판도 책도 전부 치워져 있고 트리와 장식, 그리고 큰 식탁이 자리잡았다. 막 구워진 파네토네를 장갑 낀 손으로 들고 나오던 호르헤가 달콤한 향과 함께 두 사람을 맞이한다.

 

 

 

 "어서 와, 위자드, 케이틀린! 딱 좋을 때 왔네? 냄새 좋지? 어서 들어와서 파티 전에 몸 좀 녹이고 있어."

 

 

 

 말이 끝마쳐지기 무섭게 아노스가 연구실(지금은 주방인)의 문을 열고 제 상반신 만한 음식 접시들을 몇개씩이나 비틀비틀 이고 나온다. 김이 펄펄 솟아오르는 것이 필시 그의 마법으로 막 구워낸 직후인 듯 보였다.

 

 

 

 "아노스 선생님! 제가 도와드릴께요!"

 

 

 

 "저도 먹을거 옮길래요!"

 

 

 

 "아, 케이틀린, 위자드. 벌써 왔군요. 그럼 부탁 좀 할께요."

 

 

 

 목적이 다른 두 소녀는 장갑을 끼고서 각각 아노스로부터 접시 하나씩을 건네받아 식탁으로 옮긴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은 화려하고 풍성하다. 아노스와 호르헤가 전날부터 애써가며 요리 솜씨와 마법 솜씨를 아낌없이 발휘한 결과물이다.

 

 따뜻하게 속을 데워줄 파란버섯 수프를 시작으로 입맛을 돋굴 오리엔탈 드레싱을 뿌린 빨간버섯과 어니로비의 양파 샐러드, 첼리스카 반에서 잡힌 갈매기 알과 우럭을 넣은 피쉬 오믈렛, 다진 베르카우 고기를 매콤한 토마토 소스로 볶아 치즈를 얹은 그라탕, 민물 갯가재에 버터와 젤리비 꿀을 발라 로즈마리를 곁들여 구워낸 로스트 랍스터, 신선한 크림을 듬뿍 넣은 커다란 강가 스포아 키쉬가 각자 맛있는 냄새를 자랑한다. 대망의 메인 메뉴인 통째로 구운 치킨 더 쵸파가 담긴 트레이는 위자드가 그동안 혼자 바베큐를 해 먹었던 경험을 살려 식탁으로 솜씨 좋게 가져다 놓는다.

 

 좋은 메뉴엔 좋은 음료가 빠져선 안 될일, 기포가 솟아오르는 산수유 소다와 킹슬라임 에이드가 얼음을 동동 띄우고서 각자 큰 병에 담겨 차가움을 뽐내고 티포트에 담긴 야로우 허브티의 향이 식탁을 간지럽힌다. 한창 식기를 세팅하고 있으니 하나 둘 메린을 선두로 한 엘리넬의 어린 아이들이 시린 콧잔등을 감싸쥐고서 문을 열고 들어온다.

 

 

 

 "와, 맛있겠다! 이거 전부 선생님들이 만든 거에요?"

 

 

 

 "킹슬라임 에이드! 나 이거 처음 마셔봐요!"

 

 

 

 흥분한 아이들이 호들갑을 떨며 수업 시간엔 한번도 보낸 적 없던 존경의 눈빛을 보내오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 두 선생은 웃으며 말한다.

 

 

 

 "특별히 이 선생님이 솜씨좀 발휘 해봤지."

 

 

 

 "디저트도 준비되어 있으니 너무 급하게 먹지 마세요."

 

 

 

 특별히 자길 향한 말도 아니건만 뜨끔한 위자드다. 아이들까지 전부 착석 한 뒤 촛대에 불을 밝히고 컵마다 음료가 채워지며 파티가 시작된다. 아노스가 특별히 마련한 축음기에선 캐롤이 울려 퍼지고 모두가 입이 두개라도 모자르도록 바쁘게 음식을 먹으며 왁자지껄 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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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트, 그 고기 안 먹을꺼면 나 주면 안돼?"

 

 

 

 괜히 접시 위 닭고기 조각을 포크로 괴롭히던 케이틀린에게 위자드가 입을 아 벌리며 말한다. 말만 질문이지 그냥 자기 달라는 뜻이다. 어이없는 눈으로 잠시 바라보던 케이틀린은 선선히 아기새마냥 벌린 입 안으로 고기를 쏙 넣어준다.

 

 

 

 "헤헤, 맛있다. 케이트, 넌 안 맛있어? 고기가 별로면 저기 키쉬도 맛있어! 내가 한 조각 잘라다 줄까?"

 

 

 

 "아냐, 괜찮아. 너나 많이 먹어."

 

 

 

 신이 난 위자드와는 달리 케이틀린은 내내 영 뚱해있다. 파티라길래 기대 좀 했더니만 그럼 그렇지. 어린 아이들이 먹을 걸 여기저기 묻히며 시끄럽게 떠드는 자리는 그다지 케이틀린의 취향이 아니었다. 아노스 선생님이 직접 주최한 파티니까 온 거지. 안그럼 오지도 않았을 꺼야. 딱히 뭘 먹고 싶진 않은데 목만 타서 애꿎은 차만 들이켰다. 야로우 향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니 마법 공격력이 상승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눈꺼풀에 어룽어룽 맺힌 지루함은 영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심정 따윈 안중에도 없는 위자드가 또다시 곁에서 즐겁게 조잘대기 시작했다. 시끄러움이 더해질 것을 직감한 케이틀린은 폭신하게 익은 달걀과 생선 살을 숟가락에 떠서 입에 넣어주어 다물게 만든다. 그러자 위자드는 햄스터마냥 입에 한 가득 담은 채로 영문도 모르고 행복해 한다. 몇번을 봐도 저 표정은 바보같아.

 

 파티의 주최자들은 아이들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야채도 골고루 먹어. 마실 것도 마시세요. 어어, 흘리지 말고! 파티에 딱히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케이틀린은 한손에 턱을 괴고서 멍하니 선생님들의 바쁜 손놀림을 구경하고 있다. 그녀는 뭘 먹자는 생각은 이미 접었다. 이렇게 번잡스러워서는 맛도 제대로 못 느낄 것 같은데. 그런 케이틀린을 바라보던 위자드는 마침 생각난 듯 잘 익은 가재 살에 레몬즙을 뿌리고 포크로 통째로 찍어 케이틀린에게 건넨다.

 

 

 

 "자, 케이트도 아! 나만 먹는 것 같아서 미안하잖아. 맛있는건 다 같이 먹어야 한다고!"

 

 

 

 "...너는 정말..."

 

 

 

 케이틀린은 이 순수한 동급생과 손에 쥔 포크에게 잠시 어이없는 눈빛을 보내다가 굳이 실랑이 하기 싫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순순히 입을 아 벌려준다. 함박눈을 닮은 미소와 함께 입에 들어온 가재 살은 달콤하고 신선한 식감에 버터와 로즈마리 향이 어우러져 생각보다 꽤나 멋진 맛을 자아냈다. 이런 시장통 한가운데같은 분위기에서도 제법 맛을 음미할 만 하다. 그렇게 한창 오물거리고 있으니 곧 케이틀린의 시큰둥했던 표정도 저절로 풀어졌다.

 

 

 

 "케이트 표정 풀렸다! 맛있지. 그치? 헤헤헤."

 

 

 

 "아노스 선생님이 직접 만드신 거니까 특별히 먹어주는 거야. 그렇게 바보같이 좋아하지 마."

 

 

 

 "그래, 그래! 그렇게 잘 먹으니까 좋잖아!"

 

 

 

 얘랑은 말을 말아야 한다. 어쩜 이리 동문서답인지 저 좋을 대로만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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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넬 식구들이 모두 달려든 끝에 산더미같던 요리들이 바닥을 보일 무렵 디저트 플레이트가 자연스럽게 뒤이어 나왔다. 버섯군락 그루터기 모양의 뷔슈 드 노엘, 슈가파우더를 넉넉히 뿌린 파네토네와 슈틀렌, 레드베리 파이와 견과류 초코칩 쿠키다. 아까 그 많은걸 먹고서도 아직 들어갈 곳이 남아있는지 아이들과 위자드는 신이 나서 손을 뻗는다. 선생님들은 충분히 배가 찼는지 호르헤는 작게 썬 슈틀렌 한 조각, 아노스는 피칸이 든 쿠키 하나만 집어갔다.

 

 칼을 다루기엔 너무 어린 요정 아이들을 대신해 위자드가 큰 칼을 들어 파이를 잘라냈다. 파사삭 하는 소리와 함께 상큼한 레드베리가 고소한 파이지 사이로 반짝이는 자태를 뽐낸다. 루비같이 예쁘고 고고하고 새콤달콤한게 꼭 케이트 닮았다. 케이트 닮았으니까 케이트랑 나눠 먹어야지. 문득 든 생각에 위자드는 자기 몫의 파이를 특히 큼직하게 잘라내며 히힛 작은 웃음을 짓는다.

 

 

 

 "선배 치사해요! 자기 꺼만 크게 자르고!"

 

 

 

 앞다투어 앞접시를 내밀던 아이들이 선배의 불공정한 처사에 불만을 표했다. 하지만 선배는 혀를 쏙 내밀며 얄밉게 대답했다.

 

 

 

 "치사하면 너희도 어른 하던지? 이건 어른의 권력이라고. 권력~"

 "위자드, 자꾸 그러면 다음 주 수업에서 어른의 권력이란 걸 진짜로 보여주는 수가 있어요?"

 "아, 아노스 선생님! 그것만은 제발...!"

 위자드와 메린, 아노스가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호르헤는 아이들에게 뷔슈 드 노엘을 한조각씩 잘라주며 달래주고 있었다. 그렇게 위자드는 어렵게 사수해낸 큼직한 파이 조각을 들고 케이틀린의 곁에 가 앉았다.

 

 

 

 "케이트, 이거봐! 내가 진짜 힘들게 큰걸로 잘라왔어! 같이 먹자!"

 "넌 그렇게 먹고서도 더 들어가니? 난 슬슬 배부른데."

 "그거밖에 안 먹고 무슨 배가 불러! 아 해봐. 내가 먹여줄께!"

 멋진 파티는 반드시 디저트까지 먹어줘야 하는 법이라고. 위자드는 포크에 바스러지는 파이지와 레드베리 필링을 한가득 얹어 케이틀린을 향해 내민다. 얘는 왜 포크를 두개 가져와서 각자 알아서 먹는다는 선택지가 없는 걸까. 그렇다고 거절하면 먹을 때까지 옆에서 귀찮게 굴겠지. 케이틀린은 이번에도 하는 수 없이 입을 벌려준다.

 "꽤 괜찮네."

 "그치?"

 위자드도 파이를 한 입 자기 입에 넣으며 기분좋게 웃었다. 행복해 보이는 그 미소를 보다보니 케이틀린은 이번엔 그냥 어울려 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내가 두 손 들어야지 어쩌겠어. 네가 귀찮게 굴까봐 그러는 것 뿐이야. 포크랑 앞접시 줘봐."

 "앗, 뭐 먹게? 내가 가져다 줄께!"

 위자드는 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작은 파네토네 하나와 슈틀렌 세조각, 케이크 한 조각을 재빠르게 접시에 담아왔다. 그리고 쿠키는 이미 아이들이 전부 집어가버렸다는 사과의 말과 함께 건네주었다.

 "...그렇게 많이는 못 먹어."

 "남으면 내가 먹으면 되는거지! 사양 말고 맘껏 먹어!"

 그렇게 말하고서 위자드는 입주변에 파이 부스러기를 묻힌 채로 쾌활하게 웃어보였다. 오늘에만 몇번째 보는 건지 모를 저 바보같고 행복해보이는 미소. 케이틀린은 저것만 보면 짜증을 내려다가도 늘 말문이 막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녀는 대답없이 조용히 슈틀렌 한 조각을 집어먹었다.

 오렌지 향과 로마지팬의 고소함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저 애의 미소같은 맛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오기가 들어 케이틀린은 입안에 든 빵조각을 전투적으로 꼭꼭 씹어 삼켰다. 탄산이 든 산수유 소다까지 벌컥벌컥 마셔주고 나니 조금은 후련해진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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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작이 다 타들어가 재로 변해버렸을 무렵 디저트마저도 바닥이 났다. 밖은 어느 새 해가 기울어 어둠이 함박눈과 함께 뉘엿뉘엿 내려앉았다.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선생님, 오늘 너무 재밌었어요!"

 아이들이 하나 둘 씩 부른 배를 안고서 엘리넬 정문을 나선다. 위자드와 케이틀린도 선생님들을 도와 엉망이 된 강당의 뒷정리를 마친 뒤 마지막으로 문을 나섰다.

 "케이틀린, 위자드, 오늘 수고했어요."

 "뒷정리 힘들었을 텐데 도와줘서 고마워."

 나가는 길, 감사의 인사를 받자 위자드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대답했다.

 "아뇨, 천만의 말씀! 그보다 아노스 선생님이 매일 수업마다 이런 걸 만들어주시면 저도 이제 지각 안 할 텐데~"

 "네가 그렇다고 지각 안 할것 같진 않은데."

 "아잇, 나를 뭘로 보는 거야!"

 케이틀린의 진심어린 빈정거림에 위자드가 에메랄드 빛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맞받아쳤다. 하지만 아노스와 호르헤는 케이틀린의 편이었다.

 "위자드, 지금까지 보여준 행동으로 생각한다면 저는 케이틀린의 말에 동의할 수 밖에 없는걸요."

 "나도 그래."

 "으, 선생님들까지~!"

 그렇게 한차례의 투닥거림이 지나가고 정말로 갈 시간이 되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 선생님도요. 메리 크리스마스! 각자 진심을 담은 크리스마스 인사를 주고받고서 소녀들은 학교를 나선다. 어느덧 눈은 펑펑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있지, 케이트! 오늘 재밌었어! 너도 그렇지?"

 "먹기만 한게 재미있었니. 하긴 너는 그렇겠구나. 그래, 네가 재밌으면 된 거지."

 위자드는 케이틀린의 손을 꼭 잡아 온기를 나누며 그녀가 하루종일 질리도록 본 그 미소를 다시 지어 보였다.

 "내년에도 너랑 같이 파티했으면 좋겠다!"

 "......생각은 해 볼께."

 위자드의 해맑고 소박한 소원에 케이틀린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조용히 대답했다. 두 소녀의 뺨은 어느 새 겨울 찬바람에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브의 밤이 저물고 성탄절이 다가오는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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